2025.05.12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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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길상호]비는 허리가 아프다/풀칠을 한 종이봉투처럼/우리의 죄는 야옹
비는 허리가 아프다 길상호 저녁 무렵에는 늙은 비가 내렸다 가로등 불빛이 침침해졌다 꽃잎의 불을 꺼버린...
[이사라]봄날 꽃잎/봄날 한나절
봄날 꽃잎 이사라 봄이 오고 어떤 창문이라도 봄날 꽃잎처럼 열린다 봄의 창이 열리고 어떤 집이라도 봄날 ...
[이홍섭]안거安居
안거安居 이홍섭 노스님이 하안거를 끝내고 곡차를 드시면 나는 세간으로 내려와 술을 작파하고 주안거에 ...
[김경성]화장암華藏庵
화장암華藏庵 김경성 뱃가죽이 붉은 뱀 한 마리가 길바닥에 뒤집혀 있다, 한 번도 누워본 적 없다는 듯 기...
[최경선]슬픔이 빚어낸 빛깔
슬픔이 빚어낸 빛깔 최경선 저토록 도도한 빛깔을 본적 없다 했다 한때는 핏빛처럼 고운 그 꽃잎이 눈부셔 ...
[허수경]봄날은 간다/저 나비/흰 꿈 한 꿈
봄날은 간다 허수경 사카린 같이 스며들던 상처야 박분(薄粉)의 햇살아 연분홍 졸음 같은 낮술 마음 졸이던...
[조용미]무화과가 익어가는 순간
무화과가 익어가는 순간 조용미 비가 큰 새처럼 날아다닌다 큰 새의 깃털들이 옆으로, 위로 흩어지고 있다 ...
[이홍섭]자야곡
자야곡 이홍섭 쓰라린 불빛도 멀리서 바라보면 꽃이다 꽃 진 세월을 안개와 몸 섞으며 그가 가고 깊은 밤 ...
[나호열]서포에서
서포에서 나호열 바다 앞에 서면 우리 모두는 공손해진다. 어떤 거만함도 위세의 발자국도 멀리서 달려와 ...
[서영처]문장紋章
문장紋章 서영처 몸 밖으로 가시를 발라낸 장미는 활어처럼 고운 살냄새를 풍긴다 얼룩이라곤 없는 뽀얀 꽃...